옛날 경기도 땅에 꽃님이라는 소녀가 살고 있었다. 꽃님이는 꽃처럼 예뻤다. 예쁜 꽃님이가 들에 나가 나물을 뜯을 때는 나비들이 몰려들었다. 나비 중에서도 애호랑나비가 한사코 꽃님이를 따라 다녔다. 꽃님이도 애호랑나비를 좋아했다. 비가 오는 날은 애호랑나비를 만날 수 없어 서운하였다.
꽃님이의 아름다움은 궁궐에까지 알려지게 되었다. 꽃님이는 궁궐에 불려가 궁녀가 되었다. 대궐로 들어가는 날 꽃님이는 어머니가 밤새워 정성껏 만들어 준 족두리를 쓰고 있었다. 꽃님이는 어머니를 돌아보고 또 돌아보며 가마에 올랐다. 어디에서 왔는지 애호랑나비 한 마리가 날아와 꽃님이가 탄 가마를 맴돌고 있었다.
꽃님이의 아름다움은 꽃님이에게는 불행이었다. 아름다운 처녀를 요구하는 중국 황제의 요구에 나라에서는 가장 빼어난 꽃님이를 중국으로 보내기로 하였다. 꽃님이는 물설고 낯설은 중국에 가서 정을 붙이지 못했다. 고국의 어머니가 너무도 보고 싶었다. 고국의 고향 언덕이 너무나 그리웠다. 꽃님이는 향수병에 시름시름 시들어 갔다. 향수병을 이기지 못한 꽃님이는 어머니와 고향을 그리다가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중국땅에서 끝내 죽고 말았다. 멀리 중국으로 끌려간 딸을 그리던 어머니도 애끓는 그리움을 안고 죽고 말았다.
다음 해 봄, 꽃님이가 늘 나물을 뜯던 고향 뒷산에 처음 보는 풀이 돋고 그 풀에서 묘한 모양의 꽃이 피었다. 꽃이 꽃님이가 쓰고 간 족두리 모양과 꼭 같았다. 그 풀잎의 뒤쪽에는 애호랑나비의 파란 알이 붙어 있었다. 사람들은 이름하여 이 풀을 ‘족두리풀’이라고 부르고, 족두리 모양의 꽃을 ‘족두리꽃’이라고 부른다. 이 풀의 꽃말은 ‘모녀의 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