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들과 함께한 지리산 산행
언 제 : 2009.01.17(토) ~ 01.18(일), 1박 2일
누구랑 : 자식놈들(쌍둥이; 지난 12월14일 육군 보병 만기 제대)
자식들이 군에서 제대하면 꼭 지리산 종주산행을 같이하고 싶었다. 이제 나이도 어느 정도 됐고, 부자간에 또 같은 남자끼리 산행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였다.
드디어 계획했던 1월 17일이 다가왔다.
큰놈은 지 엄마 등산복을 마다하지 않고 입고 나섰다. 조금은 걱정이 되는가 보다.
서대전발 00:47 여수행 무궁화를 타기 위해 서대전역에서 기다리고 있다.
성삼재에 도착, 04:00경 부터 산행 시작!
노고단 대피소 도착하여 기념촬영
취사장에서 돼기고기 김치찌게+햇반으로 아침식사
07:38분에 임걸령 도착
저 멀리 노고단 정상이 보인다. 제법 왔구나.
아직은 즐거운 마음으로 잘 간다. 삼도봉에서 찰칵!
어려워서 잠깐 쉬고!
큰 놈은 졸린가 보다. 지 엄마 자켓이 작아서 좀 그렇다.
작은 놈은 신발 끈을 다시 메는 것이 열심히 가려는가 보다.
12:30분경에 점심을 먹기로 한 연하천대피소에 도착하였다. 식수사정이 어렵다. 어렵게 받은 식수로 라면+햇반을 먹었다. 아직까지는 그렇게 어려운 내색을 않는구나.
연하천대피소에서 셋이서 찰칵!
별로 말이 없는 것이 이제 조금씩 어려운가 보다. 힘들 때가 되긴 되었지.
가다가 윤진이가 윤성이 흰머리(새치)를 뽑아주고 있다. 아무래도 저것들도 나처럼 빨리 허연해지면 어쩌나. 은근히 걱정이 된다.
14:30분에 벽소령 대피소에 도착하였다. 여기에서 귤과 곶감을 간식으로 먹었다. '앞으로도 3시간은 더가야 되는데. 아이들이 힘들어하는구나. 큰일이다. 여기서 퍼지면 안되는데 설마하니 나도 왔는데. 젊은 놈들이 그까짓것 못하겠어' 속으로 걱정하면서 갈길을 재촉하였다. 그런데 반응이 영 시원찮다.
벽소령 대피소를 약 30분 정도 지나니 큰놈이 무릎이 아프단다. 나는 아프면 얼마나 아프겠는가 싶어 내일 일정을 축소할 테니까 어여가자고 재촉하였다. 그런데 한 30분 정도 가니까 절뚝거리기 시작한다. 많이 아픈가 보다. 전에 군대에서도 행군때 인대가 늘어서 고생했다고 하면서 약간은 짜증을 부렸다. 상태가 점점 악화되더니 오른쪽 다리를 질질 끌면서 걷는 것이 아닌가.
다른 일행들은 우리를 추월하여 모두 가버리고 있다. 저도 무척 고통스러운가 보다. 이런 속도로 가면 밤 9시나 되어야 세석 대피소에 갈것 같다. 날씨는 추워지고 체력은 점점 바닦나고 걱정이 된다. 이런 상황속에서 작은 놈도 무릎이 아프단다. 참으로 난감한 일이다.
아무튼 이런 상황속에서 서로가 말없이 아픔을 같이 하면서 걱정하면서 아주 천천히 걸었다. 참 많은 생각과 후회, 결심도 했다. 정말 힘든 시간이었다. 아픈다리를 질질 끌면서 이를 악물고 기어가는 자식을 보고 있노라니 가슴이 아팠다.
한참을 걷고 있노라니 어떤 아주머니가 무릎을 손수건으로 질끈 묶고 절룩거리며 우리를 따라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분도 무릎이 아프단다. 서로 의지하면서 같이 갔다. 그런데 반대쪽으로 가던 분이 이런 상황을 보고 조제된 약 한봉지와 아스피린을 주어서 그것을 먹고 조금 쉰 후에 출발하였다. 진통제를 먹어서 인지 그런대로 절룩거리며 걸었다.
절룩거리며 걷고 있는 모습!
무척 힘들게 영신봉까지 올라왔다. 현재시각 18:10분 정상속도 보다 약 한시간 정도 늦어진것 같다. 무척 힘든가 보다. 그래도 꾹 참고 끝까지 와줘서 대견하고 고맙다.
오후 06:30경에 세석대피소에 도착하였다. 사무실 직원에게 예약상황을 말하려고 사무실쪽으로 갔더니 왜 이제왔는냐고 핀잔을 준다. 그래서 "아이가 아퍼서 그랬습니다"했더니 "그러면 오지 말어야지요" 한다. 그래서 "처음부터 아펐으면 당연하 안오지요. 오는 도중에 아퍼서 그랬습니다." 했더니 "벽소령에서 머물러야지요."한다. 참 기가 막힌다. 아니 한 30분 늦게왔다고, 무릎이 아퍼서 그랬노라고 했건만 이럴 수 있나. "나도 일찍오고 싶었습니다." 하고 돌아서서 와버렸다. 우리도 최선을 다해서 왔건만 격려는 못할 망정 저 태도가 뭔가. '나는 저러지 말아야 할텐데. 측은한 사람 같으니라구'
아무튼 자리를 배정받고 잠시 쉬는 사이 아이들은 피곤하여 무척 졸린가 보다. 하긴 그렇지 어제도 한 숨을 못자고 걸었으니까. 그래도 배가 고팠던지 밥을 먹잖다. 그래서 준비해간 최고의 반찬 돼지고기 두루치기를 가지고 취사장으로 가서 맛있는 저녁 만찬을 즐겼다. 열심히 먹고 있는데 아까 벽소령대피소에서 만났던 부부 일행이 알아보고 소주를 한잔 권하길래 나는 집에서 가져간 양주를 한 잔씩 권하였다. 우리 얘들한테도 소주 한잔씩 권하시고, 반찬도 서로 나누어 먹고.......... 참 보기 좋은 광경이다.
두분 즐산 안산하세요. 행복하시고요.
아무래도 당초 계획(성삼재~대원사)대로는 안되겠고, 1차 수정안(성삼재~중산리)도 안되겠고, 이번 산행은 30번째 천왕봉을 올르려는 꿈을 버리고 바로 세석에서 한신계곡으로 해서 백무동으로 빠지기로 하고 느긋하게 일어났다.
아침을 하기 위해 밖으로 나갔더니 이게 왠 횡재인가. 눈이 소복소복 쌓여있지 않은가? 야호! 아무튼 눈꽃 산행이다. 아이들도 좋아한다. 아무튼 아침밥(라면)을 먹고 대피소 앞에서 찰칵! 무릎이 아파서 걱정이 되는가 보다.
눈, 바람 장난이 아니다.
아래로 내려오니 비가온다.
백무동에서 버스를 타고 함양으로 와서 해장국을 맛있게 먹고 대전으로 출발!
대전동부터미널에 17:30분 경에 도착하였다.
이렇게 하여 기대에 차고, 힘들고, 고통스럽고, 즐거운 지리산 산행을 마쳤다.
다시는 산에 안간단다.
아무튼 고생들 많았다. 헤~~~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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