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미완의 Biwak 산행
언 제 : 2008. 12. 25(목)~12. 27(토) 2박3일
누구랑 : 혼자서
장 비 : Biwak 장비(침낭, 비비색, 에어매트 등) 일체, 출발시 25kg, 도착 22kg
두어 달 전부터 지리산 Biwak 산행을 생각해 오다가 혼자서 약속한 날짜가 다가오니 은근히 걱정이 된다. 이 추운 겨울에 혼자서 Biwak 산행을 한다고 생각하니 정말 두려움이 앞선다. 갈까? 말까? 망설이다가 한번 마음 먹었으면 해야지라는 생각으로 마음 먹고 준비하였지만 출발 직전까지 걱정이 많이 됐다.
그렇거나 말거나 12.24일 퇴근하자마자 짐을 꾸려 서대전발 00:47분 열차에 몸을 실었다. 열차에 올라가보니 산꾼들이 여기저기 삼삼오오 모여 산행에 대해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었다. 또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나는 혼자인데! 괜찮을까? 등등 걱정하면서 잠깐 잠짓하다가 눈을 떠보니 구례구역에 도착하였다. 현재시각 03:23분, 역에 들어서니 산꾼들을 싣고 가기위해 택시기사, 콜밴기사들이 호객행위를 하고 있었다. 성삼재까지 무조건 두당 만원이란다. 대전에서 우연히 같이 간 남여 두분과 함께 콜밴을 타고 차가운 밤공기를 가르며 성삼재로 향하였다.
04:00경에 성삼재에 도착하였다. 지리산의 차가운 밤바람은 나를 괴롭게 하는구나. 그렇지 않아도 심란한데 이렇게 차가운 밤바람까지 발목을 잡는구나. 그렇거나 말거나 산행 준비를 하고 혼자서 뚜벅뚜벅 노고단 대피소를 향해 걸었다.
성삼재에서 노고단 대피소까지 혼자서 걸었다. 한 사람이 나를 추월해서 나갔고, 나는 그냥 쉬엄쉬엄 차가운 밤바람을 맞으며 걸었다. 이게 무슨 짓인고, 집에 있으면 따뜻한 방에서 따뜻한 밥을 먹으며 편하게 지낼텐데! 이런 저런생각을 하면서 걷고 있노라니 등에서는 벌써 땀이 난다. 약1시간정도 걸어서 노고단 대피소에 도착하엿다.
노고단 대피소 취사장에 들어가보니 먼저 도착하여 온 산꾼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아침밥을 먹고 있었다. 나도 집에서 가져간 누룽지를 꺼내 보글보글 끓여서 콩자반과 아침을 먹고 있는데 옆에 있던 부부가 반찬이 허술했다고 생각했던지 자기네 김치를 나누어 주어서 얻어먹었다. 실은 나도 김치가 있었지만 꺼내기 귀찮아서 안 꺼냈는데. 아무튼 고마운분들이다. 천왕봉까지 가면서 여러번 만났다. 밥을 먹고 화장실도 다녀오고 이제 제대로 산행할 준비를 한다음 노고단 정상으로 출발하였다.
06:43분경에 노고단 정상 도착, 노고단 정상은 아마도 영하 20도는 되는 것 같다. 강한 바람과 눈보라가 볼때기를 떼어갈려고 한다. 여기에서 사진만 한 장 찍고 바로 임걸령으로 향했다.
임걸령 쪽으로 진행한다. 눈길이다. 뽀드득! 뽀드득! 하면서 밤길을 혼자서 얼마를 걸었는지 한참을 걸었다.
동이 터오기 시작한다. 하늘은 잔뜩 찌뿌리고 있다. 날씨가 별로 안좋구나!
아무튼 구름 사이로 일출도 보고 걸어보니 걸을만 하다.
임걸령에 도착하였다. 예전에는 여기도 물이 나왔는데 가뭄으로 샘이 말랐다. 이곳에서 쉬어야 되는데 바람도 불고 춥기도 해서 그냥지나쳐 갔다.
09:00경에 노루목에 도착
09:20분 경에 삼도봉에 도착, 전라북도, 전라남도, 경상남도 3개 도의 경계가 만나는 점이다. 원래 지리산은 전라북도, 전라남도, 경상남도 3개 도와 남원시, 구례군, 하동군, 함양군, 산청군 5개시군에 걸쳐 있다. 바람이 너무 심해 잠깐 쉬지도 못하고 사진만 한 장 찍고 바로 출발하였다.
09:43분에 화개재에 도착하였다. 여기에서 왼쪽으로 내려가면 반선(뱀사골)이 나온다. 예전에는 뱀사골 대피소가 있었으나 요즈음은 폐쇄되어서 아무것도 없다.
점심식사 할 연하천 대피소까지는 약4km가 남았구나.
혼자서 가다 쉬다 2시간을 조금 넘게 걸어서 12:20분경에 연하천대피소에 도착하였다. 누가 만들어 놨는지는 모르지만 눈사람이 정겹다.
연하천대피소 전경
너구리 2마리 잡어서 김치와 함께 만나게 먹었다. 설거지는 못하게 되었으니 키친타올로 코펠을 깨끗히 닦은 후 물휴지로 마무리 하면 번쩍번쩍한다. 쓰레기는 비닐봉투에 담어서 계속 지고다녀야 한다. 여기에서 노하우전수 김치를 가져갈때는 반드시 비닐장갑을 꼭 가져갈 것. 아주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음.
반쯤 쓰러진 주목! 눈길을 걷고 있는 나만큼이나 힘든가 보다!
그저 그냥 혼자서 약25kg의 배낭을 메고 걷고 걸었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가다가 힘이 들어 배낭을 맨채로 눈밭에 풀썩 주저 앉아 혼자서 카메라로 나를 찍어보았다. 내 몰골이 어떤지 궁금해서 역시나 힘들구나. 찬바람에 얼굴은 벌겋게 상기되었고 신세 참 노랗다.
형제봉의 소나무 여전하구나.
드디어 오늘 Biwak할 벽소령 대피소에 왔다. 그런데 추위가 장난이 아니다. 또한 바람이 무시무시하게 불어댄다. 바람이 덜 타는 장소를 물색해야 하지만 마땅한 장소가 나타나지 않는다. 취사장은 다른 팀들이 점령하고 있어 자리가 없고 할 수 없다. Biwak는 다음으로 미루기로 하고 대피소에 들어가서 자기로 하였다.
대피소에서 만난 다른 팀들과 저녁 만찬이 시작되었다. 이름도 성도 고향도 나이도 아는게 없지만 그저 그냥 어우러져 즐거운 삼겹살 파티가 벌어졌다. 나는 저녁에 한병씩 먹을려고 소주 2병과 돼지고기(쫄데기살)김치찌게 2회용 가져 갔지만 이날 저녁에 다먹었다. 너나 내나 다 바닦냈다.
특히 이 두 젊은사람들 중 여성이 오늘이 생일이고 내일이 남자 생일이라나 어쩐다나 해서 생일축하 파티는 성황을 이뤘다. 옆집에서 앞집에서 먹을 것 조금씩 가지고 와서 잔치가 성대했다.
히로퐁으로 인하여 맛이 간 사람들! 신났다. 정말 즐거운 표정들이다.
파티를 끝내고 들어와 마루바닦에 에어매트 깔고 침낭속에 쏙 들어가 잠을 청했다. 새벽 4시경에 볼일을 보려고 잠깐 일어나서 대피소에 걸려있는 날씨정보 알림판을 보니 영하15도란다. 바람이 저렇게 불어대니 체감온도는 각자 상상에 맡기고........
7시경에 일어나 벽소령에서 아침을 맞이한다.
오늘은 장터목대피소까지만 가면 된다. 6시간 정도만 걸으면 될것 같다. 그래서 서두르지 않고 여유를 부리며 아침으로 너구리 한마리 잡고 햇반을 넣어 김치와 함께 라밥을 먹고 어제 생일이었던 젊은이들의 배웅을 받으며 09:50경에 벽소령 대피소를 출발하엿다.
예전에 야영하였던 주변도 둘러보고?!
자락 자락 무지하게 넓구나. 사진으로 안보였지만 저멀리 사량도의 지리망산도 보인다.
칠선봉 못미처서 사진 한 장찍고, 등 뒤로 저 멀리 천왕봉과 장터목대피소가 보인다. 오늘은 장터목까지만 가면 된다.
12:00시경에 칠선봉 도착!
12:55 드디어 영신봉 도착! 여기서 조금만 가면 세석대피소이다.
13:10경에 세석대피소에 도착하여 취사장에 배낭을 내려놓고 물을 받으러 왔다. 그래도 여기는 물이 잘 나오는 편이다. 물을 받아 먹어보니 참 맛있었다. 오장육보가 시원한 느낌! 그 동안 먹었던 알콜들이 싹 중화가 되는 느낌이다.
세석대피소 전경
또, 너구리 잡고, 햇반, 김치와 곁들인 라밥이다.
점심 먹고 조금 쉰다음 씩씩거리며 올라 14:50경에 촛대봉 도착 저 멀리 높게 보이는 곳이 천왕봉(1915m)이다.
오늘은 시간이 여유가 있다. 그래서 여기 저기 둘러 보면서 산행하였다.
살어 천년! 죽어 천년이라는 주목!
어라! 장터목 왔네! 카메라 배터리가 경고를 하네! 내일 일출을 찍어야 되니까 아껴야지.
장터목에 도착하여 대피소의 구석진 곳에서 잠시 쉬다가 또 라밥을 먹고 대피소에 들어가 잠을 청했다. 자리는 좁고, 코는골고, 방귀 풍풍끼고, 음식냄새에 들락달락거리고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다. 이래서 Biwak가 배속이 편한데.
침낭을 가지고 바람만 피할 수 있는 바루바닦으로 가서 대충자고 05:00경부터 움직이기 시작했다. 일출을 보려면 06:00시 경에는 출발해야 한다. 그래서 취사장으로 내려가서 코펠에 누룽지를 넣고 물통에 남아있던 물을 넣은 후 버너를 켜고 보니 물이 적어보여서 버너 불을 약하게 한 후 물을 길러 샘으로 내려갔더니 100m 아래에 임시식수장이 있었다. 그런데 내려가는 길이 빙판져서 내려갈 수가 없을 정도였다.(아이젠 안함) 등에서 땀이 줄줄흐르는구나. 아무튼 어렵게 갔다오니 물이 조금이라서 조금 끓다가 다시 누룽지가 되어 버렸다. 다시 물을 넣어 끓여서 먹고 06:25경에 출발하였다.
일출예정시각은 07:35분
현재기온 영하17도 배낭은 무겁(20kg 조금 넘음)지요. 백무동쪽에서 불어 오는 칼바람은 볼때기를 떼어갈려고 하지요. 시간은 급하지요. 아이고 일출안보면 뭐 큰일나나? 아니지 여기까지 왔는데 일출은 봐야지 하면서 죽기 살기로 올랐다.
하늘과 통한다는 통천문도 지나고.
막 올라가서 배낭을 내려 놓으니 동해 저멀리에서 붉은 해가 떠오르기 시작한다. 천왕봉의 일출은 3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데. 오늘 제대로 일출을 보았다.
비록 2008년은 며칠 남았지만 무자년! 아무튼 잘가게 그려. 고생 많았네.
기축년 어서 오시게 새해에는 뜻하는대로 그저 만사형통 되도록 보살펴 주소서.
빌고 비나이다.
천왕봉 29회 오른 기념촬영한 후 중산리로 하산하였다. 원래는 대원사쪽으로 갈려고 했으나. 춥고 힘들어서 그냥 중산리로 빠졌다.
중산리에 내려와서 하산주로 막걸리 한 잔 할려고 했는데 젊은 친구들이 먼저 도착하여 막걸리를 권하길래 막걸리와 안주를 더 시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같이 한잔하였다.
그리고 이 친구들이 가지고 온 승합차를 이용하여 진주까지 편하게 왔다. 또 이렇게 만나 하산주 친구가 되고..... 산은 참 좋다.
셋이서 기념촬영!
3일간 세수, 양치질 한 번도 안했다. 아니 못했다. 물도 부족하고 환경오염 문제도 있고 해서 모두가 못한다. 그래서 편하다.
이번에는 Biwak를 못했지만 다시 한번 도전해 볼려고 한다.
다음에는 아들 녀석들과 함께 가야겠다. 삼부자가 함께.........
아무튼 의미있고 보람찬 산행이었다.
이상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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