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일상 ...사색

고미숙의 인생특강(고미숙 저)

백두(흰머리) 2021. 5. 26. 09:44

꿈과 의미, 가치, 그런 것들이 삶에 소중하다, 맞아요. 그런데 그런 것들이 삶보다 더 소중할 수는 없어요. 살고 보니, 살다 보니 꿈을 갖기도 하고, 어떤 사람을 만나서 사랑을 하기도 하고, 또 무엇을 이루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거지,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 사는 것이 아닙니다.

에로스가 굉장히 다이내믹하고 충동적이고 카오스적인 힘이라면, 이 힘에 리듬을 부여하고 어떤 방향을 부여하는 지평선, 그게 로고스라는 거예요. 지평선은 절대 도달할 수 없어요. 그런데 내 앞에 있는 거예요. 그러면 어떻게 합니까? 끝없이 달려가는 거예요. 달려가도 달려가도 도달이 안 돼요. 그런데 왜 가느냐고요? 지평선이 있으니까 달려가는 거예요. 그래서 달려간다는 사실 자체가 지평선의 힘이에요. 그러니까 공부는 끝이라는 게 없어요. 목적도 없어요. 목적이 있다면 삶 자체가 목적이에요. 그래서 인생의 모든 순간이 공부여야 합니다.

 

지식과 지성만으로 살면 자아가 아주 비대해집니다. 예컨대, 십대들이 “누구를 사랑하고 싶어요”, 이러지 않죠. 굉장히 아름다운 여성들에게 인기를 끌고 싶어요, 이런 거예요. 그리고 “성공하고 싶어요”, 이거는 “내가 원하는 노동으로 당당하게 살겠어요”가 아니라 “엄청난 거액의 돈을 주무르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이런 뜻인데 자기의 현실은 너무 아득하게 머니까 추락을 하는 거죠. 스스로 추락을 하는 거죠. 이게 자아, 자의식의 비만이에요. 그래서 이런 궤도를 타게 되면 이건 절대로 멈출 수가 없어요.(25쪽) 

 

이 앎은 침묵과 영성의 세계이기 때문에 지평선 같은 거예요. 지평선은 달려갈 순 있지만 도달하지는 못합니다. 도달할 필요도 없고요. 그래서 끝없이 인간이 묻고 또 물으면서 한걸음씩 갈 수 있는 그 길이 저는 앎의 지평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지평선에 접속할 때 그것이 바로 우리가 지혜라고 하는 이 우주의 파동과 마주치는 지점이 아닐까 하고 생각합니다. (44쪽)

나를 꾸미는 것에 골몰을 하면 신체에 엄청난 소외가 일어납니다. 거기서 오는 건 공허예요. 내가 아무리 예뻐져도 이건 끝나지 않는 문제입니다. 결핍만 생겨요. 또 남학생도 마찬가지죠. 그렇게 자기를 뽐내기 시작하니까 같은 남성이 경쟁자가 되어 버리는 거죠. 그러니까 남성들도 지금 너무 힘들 거예요. 피부관리도 해야지, 복근도 만들어야지, 명품 브랜드의 옷도 입어야지. 그런데 도대체 무엇을 위해 이렇게 하는가? 이런 걸 자신에게 물어야 됩니다. 이렇게 할수록 청춘의 에너지는 억압된다는 거예요. 봉쇄된다는 거예요. 그래서 그런 기준, 화폐, 소비가 제공하는 기준들을 과감하게 거절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청년은 그런 것이 아닌 청춘의 에너지만으로도 충분해야 돼요. 다른 걸 더 보탤 필요가 없어요, 사실. 그러면 기성세대가 그때 비로소 청춘을 두려워합니다. 청년들이 이렇게 예뻐지고 자기를 꾸미고 타인의 시선에 갇혀 있으면 어린애 취급을 합니다. 뭔가 봄이 됐는데 새로운 게 생성이 안 되고 있는 거죠. 그러면 화초가 되는 거예요. 화초는 누군가가 계속 길러 줘야 되잖아요. 여기서 어떻게 청년문화가 생성될 수 있겠습니까?(57~58쪽)

증식이 아니라 내 존재의 끊임없는 생성을 향해야 합니다. 소유를 향한 길로 가면 기필코 우주적 왕따가 됩니다. 소유, 증식을 하는데 친구가 생길 리 없어요. 방향을 틀어야 우리는 이 무한한 공감의 바다로 나아갈 수 있다는 거. 이게 저팔계도 간 길이라는 걸 잊지 마셔야 합니다. 그러면 욕망을 숨기거나 내가 그걸 저장해 놨다가 몰래몰래 쓰거나 하는 이런 어리석은 일을 하지 않아도, 있는 그대로 그걸 끌어안고 한 걸음씩 갈 수 있습니다. 여기에 우리가 비로소 욕망으로부터 해방되는, 내 인생의 주인이 되는 길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112쪽)

 

소외에서 자유와 창조로! -

삶을 그 자체로 긍정하라!

존재와 세계를 탐구하라!

욕망의 현장과 대면하라!

지혜의 길로 방향을 틀어라!

사회적 거리두기를 넘어 욕망과의 거리두기

 

첫번째 특강 삶에 꼭 이유가 있어야 하나요? - 꿈은 ‘삶’보다 중요할 수 없다

두번째 특강 에로스와 로고스의 향연 - 에로스적 충동과 로고스적 비전의 결합

세번째 특강 원초적 욕망과의 대면 - 욕망과 삶의 이분법을 타파하자

네번째 특강 길 위의 공부 - 우선 중요한 건 움직이는 것이고,

 관계를 능동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겁니다. 자기가 하는 활동이 자기 삶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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