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정채봉
꽃밭을 그냥 지나쳐 왔네
새소리에 무심히 응대하지 않았네
밤하늘의 별들을 세어보지 않았네
친구의 신발을 챙겨주지 못했네
곁에 계시는 하느님을 잊은 시간이 있었네
오늘도 내가 나를 슬프게 했네
『기도』 정채봉
<1> 쫓기는 듯이 살고 있는 / 한심한 나를 살피소서
늘 바쁜 걸음을 천천히 걷게 하시며
추녀 끝의 풍경소리를 알아듣게 하시고
거미의 그물 짜는 마무리도 지켜보게 하소서
꼭 다문 입술 위에 / 어린 날에 불렀던 동요를 얹어주시고
굳어 있는 얼굴에는 / 소슬바람에도 어우러지는
풀밭 같은 부드러움을 허락하소서
책 한 구절이 좋아 / 한참을 하늘을 우러르게 하시고
차 한 잔에도 혀의 오랜 사색을 허락 하소서
돌 틈에서 피어난 / 민들레꽃 한 송이에도 마음이 가게 하시고
기왓장의 이끼 한 낱에서도 배움을 얻게 하소서
<2> 아직도 태초의 기운을 가지고 있는 / 바다를 내게 허락 하소서
짙푸른 순수가 얼굴인 바다의 / 단순성을 본받게 하시고
파도의 노래밖에는 들어 있는 것이 없는 / 바다의 가슴을 닮게 하소서
홍수가 들어도 넘치지 않는 겸손과
가뭄이 들어도 부족함이 없는 / 여유를 알게 하시고
항시 움직임으로 썩지 않는 생명 / 또한 배우게 하소서
『눈을 감고 보는 길』 정채봉
내가 지금
누군가를 생각하고 있듯이
누군가가 또
나를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는 것을
생각해 본적이 있으세요?
그 사람 또한 나 처럼
그리워하고 있으리라 생각하면
가슴에
잔잔한 파도결이
일지 않던가요?
사랑은 참 이상합니다.
보고 있으면서도
보고 싶어지게 하거든요.
『꽃잎』 정채봉
새한테 말을 걸면
내 목소리는 새소리
꽃한테 말을 걸면
내 목소리는 꽃잎
『나의 노래』 정채봉
나는 나를 위해 미소를 띤다.
나는 나를 위해 노래를 불러준다.
나는 나를 위해 꽃향기를 들인다.
나는 나를 위해 그를 용서한다.
나는 나를 위해 좋은 생각만을 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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