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일상 ...사색

그러라 그래(양희은 에세이)

백두(흰머리) 2021. 9. 28. 09:20

 

나도... 양희은 처럼 어서 서른이 되고 싶던 시절이 있었다.

그  땐

이십대 초반.교대를 졸업하고도 발령 받지 못했던 나. 몇수를 해서 나와 같은해에 대학을 졸업한 오빠도 취직은 못했는데..아버지의 공장에 서서히 손님이 줄며 가세가 기울자  지독한 가난이 닥쳐왔을 때다.

돈?  그런건 없었다. 아버진 너희들 가르치느라고 모아둔 돈이 없다고 슬프게 대답하셨던 것 같다.

언니둘은 모두 결혼을 했고 그 사실을 몰랐다.

쌀 살돈이 없어서 이웃집 일수 할머니 집에서 돈을 빌려 식사를 해결하기도 했고 엄마는 처음으로 남의 집 밭일을 하러 다녀오시기도 했다.

엄만 머리에 썼던 수건으로 툭툭 먼지를 털며 대문을 들어서는 데 엄마에게 손을 내밀던 **가 야속하여 미움을 키우기도 했던 나는 다행히 철이 들어서 돈 타령을 하거나 옷 타령도 안했다.

죄책감을 넘어서 너무 철이 없어서~~ 이 상황을 벗어나고 싶었고. 어서 세월이 흘러 삼십살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어떤 상황이어도 절대 힘들어 하지 않겠다고,불평하지 않겠다고 스스로에게 다짐도 했고서둘러 이 시기를 벗어나고 싶었던 시기였다.

다행히 독일 간호사 언니 덕에 엽서로 도착하는 마르크 단위의 독일 돈이 있어서 조금씩 버티게 되었다.

결국 sos 어린이 마을로 도망쳐(?) 피난을 갔고 그 곳에서 자원 봉사 생활로 나는 잠시 호사를 누렸다.

강사 생활을 거쳐 4개월 뒤  발령을 받았다.

이 곳 먼곳 충남에 발령을 받고 근무를 했는데 철이 없어서 인지 뭐가 그리 급하다고 남편을 만나 연애를 하고 결혼도 하고 집에 경제적으로 큰 도움도 안준-- 지금은 너무 너무 죄송하고 미안한 생각이 든다,

가난함을 겪어 보았으면서 부모님의 가난을 오래 기억하지 못한 못난 딸이었다.

그해 83년이 지나가고.....나는 서른이 되고 싶었지만 결혼하고 서른이 되어 보니 달라진건 하나도 없이 삶은 고달프기만 했다.

항상 현재가 나의 삶이었던 것 같다.

그 날 그 날을 소중히 할 일이었다.

서른이 두 번 지나 갔어도 삶은 늘 좋음과 나쁨이 오고가며 녹록치 않았다.

인생은 그렇게 속절없이 흘러가고 ...어느덧 환갑이 되었다.

또 다시 살아가는 나날의 끝이 언제인지모르나 지금은 한없이 여유롭고 행복하다.

모든 사람들과 모든 일들에 감사 감사하며 산다.

지금 이순간 행복하고 감사하며 산다.

 

'그러라 그래' 책을 보며 잠시 옛 추억에 젖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