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빛 2021 8.25
학교 마당에서는 말타기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수업 전 두 마리의 말이 미리 도착하여 운동장 트랙을 뱅글뱅글 돌고 있다.
몇 바퀴를 돌고 있는지 모르겠다. 알고 보니 아이들 승마교육을 위해 말의 힘을 빼놓고 있다고 한다.
그저 털털 거리며 기수의 채찍따라 그냥 맴돌고 있다.
그러다가 물을 잔뜩 먹고 멈추어 서면
우르르 몰려나온 아이들을 한명씩 태우고 또 말은 그저 돌고 있다.
문득 말과 눈이 마주친다. 축축한 눈가를 보니 매번 느끼는 거지만 말의 눈이 슬퍼 보인다.
커다란 눈망울이 왕방울 만한것도 그렇지만 터덜 터덜 힘겹게 발을 떼는 말의 마음이 느껴져서 말이 슬프다고 느껴진다.
그래서 말의 눈을 보기가 싫고 불쌍하다고 여겨지는건 순전히 나만의 생각이겠지.
사람들의 눈을 보면 마음을 읽을 수가 있다.
눈이 총명하여 똑똑하고 씩씩해보인다 싶으면 역시 말소리도 명쾌하고 발랄하다,
눈에 힘이 없고 눈을 못 마주치면 역시 말소리도 약하고 작아 답답하기도 하다.
눈에 너무 힘이가고 눈망울이 재빠르게 움직이면 불안하고 안정되지 않게 느껴진다.
그래서 나의 눈꼬리와 눈빛으로 상대방의 기분을 좌우한다 싶어서 되도록 처지고 작아진 눈을 크게 뜨고 치켜 뜨려고 애쓰는 건 눈으로도 말하고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협의차 내 방에 온 직원에게 좋은 기운을 주어야 할 의무? 가 있다고 생각하여 나는 눈을 잘뜨려고 애쓴다. 좋은 눈빛을 보이려고 애써본다.
특히 슬퍼보인다면 생대방의 기분도 갈아 앉을 듯 하기에 예쁜눈을 하려고 하는 것이다.
마음을 전해주고 나눌수 있는 편안함이 느껴지는 마음의 눈도 잘 떠야겠다.
내 눈빛이 따스하여 상대방의 하루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비오는 하루(2021.8.25.)
종일 부슬 부슬 내리는 비
비만오면 그랬듯 여느때처럼 여러 가지 생각에 젖고 젖는 하루 어느덧 저물어 간다.
안으로 안으로 스며드는 그리움
엄마 품속에 쏘옥 들어가서 늘 조물 거리며 만지던 엄마 젖가슴이 그립다,
성인이 다 되어서도 엄마를 뵈면 몇 번이고 엄마품을 파고 들어도 엄마는 그냥 가만히 내 주셨다.
적당히 펑퍼짐한 엄마 가슴을 막 더듬어대며 느꼈던 그 따스함에
얼마나 행복하고 편안했던지....
막내인 내가 딱했던지 오랫동안 엄마는 내게 젖가슴을 내어주셨다.
간지럼을 태워도 늘어진 젖가슴을 흔들어대도 엄마는 마다하지 않으셨다. 우리 엄마는 늘~
이젠 어느곳에도 엄마의 그림자는 찾을수 없어서 숨 막히게 그리웁다. 표현 할 수 없이 엄마가 그리워 하늘을 보면 먹먹하다.
비를 좋아했던 친구도 어디선가 잘 살고 있으리라.
안부를 묻던 내 정도 서서히 옅어지는 걸 생각하니 미안해진다.
비만 오면 둘이 우산을 쓰고 길거리를 걸으며 이야기 나누던 친구.
비오는 저녁이면 시를 쓰고 긴 편지를 자주 썼던 나는
토요일을 저녁시간을 참 좋아했다. 내일은 일요일이니까~ㅎㅎ
밤 늦도록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고 편지를 써서 어느날엔 10통을 보내보기도 했다.
그 사색의 시간은 나의 자취방과 같이 그리움으로 남을 일들이다.
지금도 글을 읽고 쓰며 사색을 즐기는 내가 된건 아마도 비와의 추억이었으리라
우리집 봉남리 작은집 마루에 앉아보면 감나무와 신수유 나무가 있었다. 아버지 공장에서는 늘 센반 돌아가는 소리가 났고....비오면 마루에 이불을 깔고 마당을 쳐다보며 빗소리에 심취해서 배개를 받침삼아 엎드려서 책을 보기도 하며 그 시간을 즐기던 여중생.
어느날 비오는 밤에는 마루에 앉아서 아버지가 3만원주고 사주신 기타를 쳤고 약주 한잔으로 발간 얼굴을 하며 주무시던 아버지는 은근히 그 소리를 즐기셨을까? 시끄럽다 안하시고 그 기타 소리를 들어주셨다.
시골에서 부모님과 다섯남매는 지지고 볶고 즐겁게들 살았는데...꿈을 키우고 어느덧 환갑을 넘긴 노인이 되었다.
나는 늘 비만 오면 그 툇마루와 아버지 나의 기타가 생각난다.
갖가지 상념에 젖어 비와 함께 옛추억속으로 촉촉이 젖어드는 비오는 하루였다.
비와 그리움이었다.
이 쓸쓸함( 21.10.6)
홍태울 농장에서 사흘간의 휴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휴일 마지막 저녁
가을 해가 뉘엿 뉘엿 지고 있고 등뒤로 석양은 발갛다 못해 타오르고 있음을 느끼며 동쪽을 향해 달리는 중
남편을 농장에 두고 꾸러미 꾸러미 농작물을 싣고 또리와 홀로 귀가하는 길이 쓸쓸하다고 느껴진다.
이 쓸쓸함
나는 고등학교를 순천이라는 곳으로 유학을 갔으며 친구들과 지취를 했다,
자취생활이라서 토요일에는 설레는 맘으로 빈 반찬통을 들고 집에 갔고 주말을 쉬고 일요일 오후에는 다시 반찬통을 채워 자취집으로 갔는데 하얀 세라복 교복을 빨아 다리고, 하얀 운동화도 빨아 신고
엄마가 해주신 설탕 뿌린 콩자반, 오징어채볶음, 멸치볶음 , 겉절이 김치, 누룽지 튀겨 만든 간식, 단감 몇개 등을 준비한 보따리를 시내버스 타는곳까지 들어다주시며 배웅해주시던 엄마가 계셨다.
막내였던 나는 유달리 정이 많아 많이도 울며 그 길을 오갔는데
정말로 그 기운이 그 시간이 참으로 싫고 자취방으로 가고 싶지 않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아무 말없이 대문을 나서고 아무말도 없이 버스를 타고 구례구역으로 가고 기차를 타면 순천으로 유학간 친구들이 나와같이 집을 다녀가는 모습을 보지만 웃을수 없이 그냥 조용히 기차 창밖을 보며 완행열차를 탔던 그 기분 . 너무 너무 쓸쓸했다.
창밖으로 벼가 누렇게 익는 들녘이 보이고 누구네집 굴뚝에서는 연기가 피어오르기도 했다. 해질녁이 지나면 어둑해지고 동순천역에서 내려서 긴긴 30여분을 걸어서 무거운 보따리를 들고 자취집으로 가는 길 역시 나혼자여서 외롭기보다는 집을 떠나온 그리움에 엄마와 떨어져 지내야 하는 마음에 쓸쓸했다.
자취방에 들어서서 반찬 보따리를 풀어놓고 얼마나 많이 울기도 했는지 모른다... 엄마가 보고싶어서 죽을거 같았다.
엄마의 정성스런 사랑의 보따리 때문에 고마워서 죽을거 같았다. 설렁한 자취방의 기분이 쓸쓸해서 죽을거 같았다.
엄마를 생각하는 마음과 엄마의 정성에 대한 감사 그리고 그리움이 뭉쳐진 사랑 한 덩어리가 쓸쓸함으로 나타났으리라.
어딘가 다녀서 귀가하는 이 해질녘과 그 기운이 느껴지면 쓸쓸해진다.
그렇게 나의 유년시절은 오래도록 삶의 한 귀퉁이에 그대로 투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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