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일상 ...사색

화장을 하는 여자

백두(흰머리) 2022. 4. 7. 15:03

아침마다 화장을 하는 여자인 나는 거울앞에 설 때마다 엄마를 떠올린다.

엄마는 내가 화장을 할때마다 옆에서 쳐다보시며

" 너무 하얗게 하지말아라. 진하게 하지 말아라~ 선생님이 그러면 안된다~"라고 하셨고 나는 무슨 말씀인지 알겠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살짝만 발랐다. 수수하고 단정하게 다니고 그런 마음으로 살으라는 엄마의 뜻이었고 엄마의 성품이 늘 그래서 엄마의 마음을 따랐다. 그러다 보니 옆사람들은 간혹 화장안하고 다니시죠? 라는 말을 할 때가 많았으나 나는 늘 화장을 하는 여자였다.

엄마는 화장이 진한 사람을 싫어 하셨을까? 아니면 천박하다고 여겼을까?

그냥 엄마는 한듯 만듯한 화장에는 별 말씀 없으셨던걸 ~ 돌아가시고 난 지금에도 매일 아침 엄마를 떠올리며 거울을 본다,

이제는 늙어서 예쁘지 않은 얼굴을 조금더 감추고 싶어서 더 바르려고 하다가 이내 화운데이션 뚜껑을 닫곤한다.

조금 어울리지 않는 립스틱이라도 붉게 바른 날에는 입술만 보이고 종일 편치 않아  지워버리고 마는 나는 이제 엄마 그대로가 되었다.

 

외출이라도 하던 날에는 검버섯이 가득하고 축 늘어진 얼굴을 감춰드리고자

엄마의 앵두같은 입술을 예쁘게 해 드리고자 하면 싫다 하셨고 당신뜻대로 아주 조금만 대충 바르시던 엄마.

엄마가 화장 하시던 모습을 본적이 있던가? 거울보시며 로션만 바르셨던가? 기억이 안난다.

성당에 가실때도 엄마는 화장을 하셨다.

역시 아주 살짝 미소만 보이게 화장을 하는 여자였다.

 

화장을 하는 여자 우리 둘이는 많이도 닮아져 있어서

나의 얼굴도 엄마와 똑 닮게 늙어가며 훗날의 나의 모습도 짐작하고 남는다.

가신 뒤 엄마의 말들이 새록 새록 이렇게 떠오르고 되살아 날줄을 어찌 알았던가?

 

이제는 그 엄마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보이는 화장보다 마음에 화장을 하며 엄마를 따라 가리라.

옆지기에게도 정성으로 대하고 내 자식에게도 좋은 마음과 좋은 생각으로 대하며 살아가리라

그리고 내 자신에게도 함부로 대하지 말고 소중히 해서 그 마음이 옆지기에도 전해지도록 하리라.

엄마의 말씀 대로 " 윤성아빠 밥 해줘라!"  그 말씀 잊지 말고 밥이라도 잘 해주리라....

화장을 하는 여자들 한여자는 그렇게 이웃에게 행복한 마음을 남겨주는 사람으로 떠나셨고

한 여자는 그 여자를 닮으려 애쓰며 여생을 살아가리라.